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느낄 때가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정신없이 일하고, 사람들과 얘기하고, 퇴근길에 이어폰을 귀에 꽂고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어느새 밤. 머릿속은 복잡하고, 마음은 계속 무언가에 쫓긴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하고 문득 생각해 보면,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채워지지만, 왠지 모르게 비어 있는 기분. 이런 감정을 자주 느끼던 어느 날, 우연히 누군가의 글에서 ‘멍 때리기’를 권하는 문장을 보았다. 처음엔 웃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그런데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보기로 했다. 딱 10분만. 스마트폰도 내려놓고, 음악도 없이, 그저 조용히 앉아서 멍하니 있는 시간. 놀랍게도 그 10분은 무언가를 ‘하는 시간’보다 훨씬 깊은 의미를 가졌다. 그 안에는 잊고 있었던 생각들, 무심히 지나쳤던 감정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나’ 자신이 있었다. 하루 10분의 멍 때리기:그건 단순한 쉼이 아니라 삶을 되돌리는 시간이었다.
멍 때리기, 마음의 체온을 되찾는 작은 의식
우리는 하루 종일 수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있다. 뉴스, 알림, 메시지, 영상, 소셜 미디어. 뇌는 계속해서 반응하고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느라 지칠 틈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멈추는 법을 잘 모른다. 잠시의 정적에도 불안을 느끼고, 빈 시간을 메우지 않으면 불안한 감정이 밀려온다. 그런 우리에게 ‘멍 때리기’는 낯설고 어색하다. 하지만 사실 인간의 뇌는 원래부터 멍 때리는 것을 필요로 한다. 멍 때리는 순간, 뇌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라는 상태로 전환된다. 이때 뇌는 정보를 재정리하고, 감정을 정돈하며,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즉, 멍 때리기는 뇌가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시간이다. 하루 10분의 멍 때리기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마음의 체온을 회복시키는 작고 강력한 의식이다. 그 10분 동안 우리는 누구의 평가도, 비교도, 입력도 없이 존재할 수 있다. 눈앞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머리를 비우는 그 순간,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불필요한 생각들이 조금씩 흘러나간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법. 생각을 판단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흐르게 하는 법. 멍 때리기는 그런 연습을 가능하게 해 준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그 시간이 내면을 정돈하고 감정을 위로하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게 된다.
10분의 멍때리기가 불안한 마음을 고요하게 만든다
요즘 사람들의 가장 흔한 감정 중 하나는 ‘불안’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늘 무언가에 쫓기는 느낌. 쉬고 있어도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SNS에 올라온 친구들의 일상은 나를 더 초조하게 만든다. 정보는 많아졌는데, 마음은 점점 더 어지럽다. 이럴 때 멍 때리기는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불안은 끊임없이 ‘해야 할 일’과 ‘놓칠 것’에 집중할 때 커지는데, 멍 때리기는 이 흐름을 끊어주는 역할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동안, 우리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게 된다. 과거의 후회도, 미래의 걱정도 잠시 멈춘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어렵게 느낀다. 생각을 멈추라고 하면 더 많은 생각이 떠오르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반면 멍때리기는 훨씬 더 쉽다. 그냥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강아지가 옆에서 꾸벅꾸벅 졸거나, 커피가 식어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느슨하고 자유로운 시간은 불안한 마음에 따뜻한 담요를 덮어주는 것과 같다. 특히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쉽게 지치고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멍 때리기는 큰 도움이 된다.
뇌가 과잉활동을 멈추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단 10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훨씬 더 나 자신을 안정시키고 다독일 수 있다.
하루 10분이 쌓이면, 삶의 리듬이 바뀐다
처음엔 멍때리기가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 시간에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하루 10분, 멍 때리는 시간을 꾸준히 가지면, 삶의 리듬 자체가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끼게 된다. 우선, 생각이 정리되고 집중력이 향상된다. 멍 때리는 동안 뇌는 정보를 자연스럽게 분류하고 정돈한다. 마치 어지럽혀진 방을 조용히 치우는 것처럼. 그래서 멍 때리기 후에는 머리가 훨씬 가볍고,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지는 경험을 한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오히려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또한, 자기 인식이 높아진다. 바쁘게만 살던 일상에서 멍하니 있는 동안, 우리는 자신과 대화하게 된다.
‘요즘 나는 왜 이렇게 예민했지?’,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10분 동안 나와의 관계를 정리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삶의 여백을 회복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 삶은 너무 꽉 채워져 있다. 일정, 업무, 정보, 관계… 여유가 없다. 멍때리기를 통해 생긴 여백은 단지 쉬는 시간이 아니라, 삶의 균형을 되찾는 시작이 된다. 그 10분이 쌓여 하루의 흐름이 달라지고, 일상의 밀도가 바뀐다. 결국 삶 전체가 더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마무리: 오늘도 10분만, 가만히 있어보자
하루 10분, 멍때리는 시간이 대단한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보니 알게 됐다. 작은 시간은 결코 작지 않다는 걸. 그 고요한 시간 덕분에 삶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바쁘게만 달리던 하루에 여백이 생기고, 감정이 흘러갈 수 있는 틈이 생겼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시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멍하니 있는 10분. 그건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아니라, 가장 나다운 순간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바쁘고 지친 오늘, 당신에게도 그 10분을 선물하자. 조용히 앉아 숨 쉬는 시간. 그 10분이 당신의 하루를, 그리고 삶을 조금씩 바꿔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