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산다’는 말이 칭찬처럼 들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하고, 출근길에는 뉴스나 팟캐스트로 하루를 예열하고, 퇴근 후에는 넷플릭스나 유튜브로 머리를 식히는—우리의 일상은 정보와 자극으로 꽉 찬 ‘풀 스케줄’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자꾸 무기력하고, 공허하고, 번아웃이 오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저는 "멍 때리기"에서 찾았습니다. 멍하니 있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순간들이 사실은 삶의 균형추 역할을 한다는 걸요. 오늘은 바쁜 삶 속에서 '느슨한 틈'을 의도적으로 만들어가는 방법, 그리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나눠보려 합니다.
‘멍 때리기’는 게으름이 아니라 회복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멍 때리는 시간을 쓸모없다고 느낍니다. 누워서 천장을 본다든지,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본다든지, 심지어 카페에서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우리는 ‘아, 나 너무 비효율적인 거 아닌가?’라는 자책을 하곤 하죠. 하지만 뇌과학자들은 다르게 말합니다.
뇌는 우리가 멍때리는 동안에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는 회로를 통해 무의식적인 정보 정리와 감정 정화를 합니다.
이건 일종의 ‘뇌의 숨 고르기’ 같은 겁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의 배터리 잔량엔 민감하면서도 정작 내 에너지 잔량에는 무감각한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적인 리듬을 되찾고 싶다면, 머릿속에서 불필요한 창을 닫고 여백을 만드는 멍 때리기부터 시작해 보세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지치지 않고 계속 가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어요.
느슨한 리듬이 삶을 더 오래가게 한다
‘느슨함’이라는 단어에는 왠지 모르게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습니다. ‘느슨하게 산다’고 하면 대충, 무책임, 혹은 게으름 같은 이미지가 따라붙곤 하죠.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볼까요? 우리는 너무 빡빡하게 인생을 압축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1시간을 10분처럼 쓰는 일정 속에, 숨 쉴 틈 없는 인생을 고집하다 보니 무너지고 있는 건 아닐까요? 느슨한 리듬은 우리의 에너지 소모를 조절해 주는 자연스러운 필터입니다.
멍 때리는 시간은 단순히 뇌의 휴식뿐 아니라, 무언가를 강박적으로 소비하지 않고도 존재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혼자 있어도 무섭지 않다는 감각. 그것은 정신적인 성숙에서 오는 여유이며, 자기를 믿는 태도에서 오는 평온입니다.
특히 창의적인 사람일수록 이 ‘느슨한 순간’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회의실보다 샤워기 아래에서, 혹은 버스 창가에 앉아 멍하니 있을 때 더 많이 떠오르곤 하니까요. 우리는 삶을 ‘채움’으로만 풍요롭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여백’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법
그렇다면 이 여백의 시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첫 번째 방법은 콘텐츠 소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가장 어렵습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휴대폰 대신 그냥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5분을 가져보세요. 익숙한 루틴을 중단하고 불편함을 견디는 연습은,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시작입니다.
두 번째는 일정에 여백을 집어넣는 것입니다. 매일 10분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달력에 넣어보세요. 일정이 빡빡한 하루 속에서도, 그 10분은 ‘정신적 마중물’이 되어줍니다. 카페에서 스마트폰 없이 커피만 바라보거나, 아무 이유 없이 동네를 천천히 산책해 보는 거죠. 효과는 생각보다 큽니다.
세 번째는 느리게 살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입니다. 남들보다 뒤처질까봐, 뭔가 안 하면 불안해서 자꾸 채우려고만 하는 삶을, 잠깐 멈추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삶은 마라톤이고, 여백은 결코 낭비가 아닙니다. 그건 '지금'을 온전히 살아내기 위한 공간이자 시간입니다.
마무리: 멍하니 있을 수 있는 사람, 가장 자유로운 사람
멍때리기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나를 만나는 시간이고, 외부 자극 없이도 내 안에서 의미를 찾는 능력입니다. 바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오히려 스스로의 삶에서 이탈하게 되는 순간이 많습니다.
멍하니 있을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짜 삶과 다시 연결됩니다. '느슨함'은 약점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멍 때리기를 통해 나만의 리듬을 되찾고, 조용한 여백 속에서 진짜 나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 작은 연습이, 생각보다 더 큰 삶의 변화를 가져다줄지도 모릅니다.